"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힘들게 제작한 뒤 쏘아 올릴 때, 날아갈 때의 그 쾌감. 하늘에서 까만 점이 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해요." 회장 김선경(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2년) 양은 인터뷰 내내 수줍게 한마디 한마디 이어 갔지만 로켓 쏘는 기분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항공대 로케트연구회(SRS)의 회장은 뜻밖에도 여자였다.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여성 회장이 선출된 것이라고 한다. "원래 로켓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동아리에서 처음 로켓을 접하고 그 재미에 푹 빠지게 됐죠."
SRS는 1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항공대학교 항공분과 동아리다. 로켓에 대한 기본적 지식과 이론을 연구하고 실제 제작도 한다. 현재 17기는 총 10명.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주로 만드는 로켓은 종이 같은 재질로 만드는 모델로켓이나 물로켓이고요, 저희가 만드는 로켓은 엔진을 직접 제작하고 금속성 재료로 외형을 만드는 '소형로켓'입니다." 한번 쏘면 수직높이 최대 1.5km까지 올라가고 소리와 연기도 엄청나다. 위성로켓 발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대학교로켓연합회에 가입된 로켓 제작 동아리 수는 13개. 그 중에서도 항공대 SRS는 실력을 인정받는 동아리이며 제작활동도 활발하다. 잡지 월간항공과 연계해 초등학생들에게 로켓의 원리를 설명하는 과학교실 보조강사로 출강한 경험도 있고, 1997년부터 2001년까지는 항공우주캠프 교관 활동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없어 거절했지만, 얼마 전 대한항공회에서 주최하는 축제 '하늘제'를 위해 소형로켓 20대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03년 열린 전국대학교로켓연합캠프 로켓발사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SRS. 대회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보니 불과 연기를 내뿜으며 한순간에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는 로켓의 모습에 학 생들이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로켓이 땅에 떨어지자 너도나도 뛰쳐나가 로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 얼마나 안전하게 로켓을 회수했느냐 등을 고려해서 점수가 나옵니다. 로켓 디자인이 점수에 반영되기도 하구요."
대부분의 동아리 구성원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방으로 달려와 틈틈이 로켓을 제작한다. 매년 여름방학에는 3주간 합숙을 하면서 세미나 형식의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강의실에서 자면서 같이 공부하는 거죠. 실력이 쑥쑥 느는 게 느껴져요. 서로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되고요."
 
SRS의 동아리방은 조금 특별하다. 비행기 창고라고 할 수 있는 격납고를 개조해 작업실과 선반실 등을 만들었다. 항공대 특성상 활주로가 캠퍼스에 길게 뻗어 있어 로켓을 날리는 실험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낙하산을 장착해 로켓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항상 화약약품을 만지는 작업이라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 "선배들이 실험 삼아 쏜 로켓이 바람을 타고 옆 군부대로 날아가서 간첩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어요."
하나의 로켓을 완성하려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먼저 로켓의 내부를 보호하는 앞부분인 노즈콘을 제작하고 컴퓨터 로켓 설계 프로그램으로 전체 로켓을 설계한다. FRP 라는 유리섬유로 로켓 동체를 만들고 로켓 핀(날개)을 제작한다. 엔진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SRS에서는 솔비톨 엔진을 만들어 쓰고 있다. 엔진 제작과정이 안전해서 안전추진제라고도 한다. 그리고 로켓이 발사 후 안전하게 되돌아 올 수 있도록 낙하산과 타이머가 장착된 회수장치를 만들고 이 모든 것을 조립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로켓이 눈에 잘 띄도록 빨간색 등 원색으로 도색하는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선반이나 기계부품들이 모두 마련되어 있어서 100% 자체 제작이 가능합니다. 동아리 창립기념 발사나 전국대회 참가 등에 필요한 로켓을 1년에 총 4~5개 정도 만듭니다." 로켓 발사 후에는 그것을 분해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연구한다.
 
"현재 미니하이브리드 로켓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어요. 작년 여름방학 때부터 계속 시도하는 중이죠." 고체로켓은 고체산화제와 고체연료를, 액체로켓은 액체산화제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로켓은 기체산화제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대학 동아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하이브리드 로켓 제작을 연구 중이라고. 또 낙하산 대신 글라이더를 장착하는 회수 방법도 개발 중이다. 항공분과 다른 동아리에게 자문을 구해서 글라이더를 달고 직접 조종하는 법을 배울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로켓 제작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자연히 사람들은 로켓은 어렵다고 생각하죠. 나도 만들 수 있구나, 취미로 만들 수 있는 거구나 라는 인식이 없어요." 박구정(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2년) 군은 국내에 로켓 제작이 대중화 되지 않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적고 대회도 적은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로켓 제작이 취미생활로 자리잡고 있다. 조립만 하면 완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품을 모은 패키지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는 로켓 제작 관련 자료도 풍부한 편이 아니라서 SRS는 외국 자료를 직접 번역해서 공부하고 있다. 박구정 군은 "로켓 자료를 찾으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몇 분 안 돼서 우리 동아리 홈페이지로 연결이 될 정도지요."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로켓 발사나 화약류 사용에 관한 제재가 까다로운 편이다. 출력 높은 엔진이 상용화 되어 있는 외국의 경우에는 H급의 엔진을 사용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D급 엔진을 쓴다. A급 보다는 B급의 출력이 2배 크고, C급이 B급보다 2배 차이 나는 식이다.
SRS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로켓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회장 김선경 양은 "한번 해 보면 그 재미를 알 수 있어요."라며 많은 이들이 로켓 발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SRS가 꿈과 열정으로 팡팡 쏘아 올리는 로켓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국내 로켓 기술도 발전하고 대중들의 관심도 점점 커질 것이라 믿는다.
 
글_ 손기은 choori@empal.comㅣ이화여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4년, 13기 학생기자
사진_ 김기현 3alwayshappy@hanmail.net |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4년, 13기 학생기자
Posted by 스핏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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